호랑이 처녀.Ma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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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12 21.05.07 (금) 20:41






 






 

 

 

신도징(申屠澄)은 한주(漢州) 십방현위(什防縣尉)로 임명되었다. 그는 부임지로 가다가 심한 눈보라를 만나 추위에 떨었으며 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길 옆 초가집을 찾아갔더니, 노부부와 한 처녀가 불을 둘러싸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비록 풀어헤친 머리에 옷도 더러웠지만 눈 같은 피부에 꽃 같은 얼굴이 아리따웠다. 노부부는 신도징을 안으로 초대했다.

 

그 처녀는 손님을 보더니 다시 용모를 가다듬고 단장한 뒤 휘장 사이에서 나왔는데, 그 우아하고 고운 자태가 이전보다 몇 배나 아름다웠다. 잠시 후 노부인이 밖에서 술병을 들고 와 신도징에게 권했다. 그러자 그녀가 곧장 눈을 돌려 흘끔 보면서 말했다.

 

 

 "이 술이 어찌 귀하겠습니까만, 제가 끼어 마시는 게 잘못 되었습니까?"

 

 

신도징은 그녀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주령(酒令 : 술자리의 흥을 돋우기 위한 罰酒 놀이)으로 시짓기 놀이를 청했다. 신도징이 먼저 한수 읊자, 그녀도 막힘없이 화답시를 지어올렸다. 신도징은 그 총명함에 반하여 청혼을 하였다. 노부부는 신도징의 사람됨을 높게 여겨 그것을 허락하였다. 신도징은 가진 돈을 모두 털어 예물을 주려했으나 노부부는 사양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외따로 떨어져서 이웃도 없고 게다가 집도 누추하고 비좁으니 오래 머물기에는 부족합니다. 딸아이가 이미 당신을 섬기기로 했으니 곧장 떠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신도징은 섭섭한 마음으로 노부부와 작별한 뒤, 타고 왔던 말에 그녀를 태우고 떠났다. 신도징이 관에 부임한 후, 부인은 힘써 집안을 일으키고 빈객들과 교분을 맺음으로써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부부간의 사랑도 더욱 깊어져서 아들 하나와 딸 하나를 낳았는데 역시 모두 아주 총명했다. 

신도징의 임기가 만료되어 집안 식구를 데리고 진(秦) 땅으로 돌아가게 됐다. 부인은 여행길 내내 온 종일 뭔가 읊조리면서 마치 속으로 화답하는 것 같았지만 끝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강가에 이르러 쉬고 있을 때, 부인은 갑자기 슬퍼하며 신도징에게 말했다.

 

 

 "이전에 시 한 편을 저에게 주셨을 때 곧바로 화답시를 지었습니다. 본디 삼가 보여드리려고 하지 않았는데 지금 이런 경치를 대하고 보니 끝내 침묵할 수가 없군요."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읊었다.

 


 부부간의 사랑이 비록 중하긴 하지만,

 산림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본래 깊어요.
 시절이 변하여,

 백년해로의 마음 저버릴까 늘 걱정이에요.

 


시를 들은 신도징은 그녀가 분명 부모를 그리워하는것이라 여기고 과거 그녀를 처음 만난 초가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 곳에 초가집은 그대로 있었지만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부인은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마음에 사무쳐서 종일토록 눈물을 흘렸다. 벽 귀퉁이의 오래된 옷 아래에서 먼지가 두텁게 쌓여 있는 호랑이 가죽 하나가 보였는데, 부인은 그것을 보고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네가 아직 여기 있었구나!"

 

 그리고는 부인은 호랑이 가죽을 몸에 걸쳤다. 그러자 그녀는 한 마리의 암호랑이로 변하여 포효한 뒤 문 밖으로 사라졌다. 신도징은 놀라 며칠 동안 숲을 헤매며 호랑이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결국 호랑이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고, 그는 숲을 향해 목 놓아 크게 울었다.

 

 

 

 『하동기(河東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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